뜨거운 여름, 시원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계곡 트레킹이다. 산줄기가 꼭꼭 숨겨둔 깊고 깊은 물줄기를 따라 계곡 트레킹에 나섰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에 땀방울이 절로 식는다. 포항 내연산 청하골이 주인공이다.
사실 여름 산행은 고생이다. 뜨거운 태양이 버티고 있으니 어디를 가도 덥다. 태양을 피하는 방법만이 소중한 이때, 산행에 나선다는 생각만으로도 땀이 차오른다. 그건 그대가 나무없는 능선을 ‘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숲에 안긴 산길은 생각보다 시원하다. 여기에 물줄기까지 품고 있다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노래가 절로 나오는 깊은 산자락 계곡이라면 피서지로도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보라 흩어지는 폭포까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오늘의 산행지는 포항 내연산(710m) 청하골이다. 12폭포 안긴 청하골을 품고 있어 여름 계곡 트레킹 코스로 찾는 이들이 많다. 청하골은 내연산이라는 이름 덕에 내연골이라고도 불린다.
포항 내연산부터 살펴보자. 흔히들 포항하면 죽도시장과 호미곶 등 해안가를 떠올리곤 하는데 포항의 북쪽 끝자락 영덕과의 경계 가까이 자리한 내연산도 빼놓을 수 없는 이 고장의 포인트다. 천년고찰 보경사를 품고 있어 유명세를 더한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이어진 능선은 푸근한 시골 아낙같은 모습이다. 어디로 들어서든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오늘의 포인트는 내연산 정상을 오르는 것이 아니다. 더위를 피해 그가 품은 계곡들 사이로 피서를 떠날 요량이다. 내연산이 품은 물줄기는 20리(약 8km)가 넘는다. 앞서 소개한 청하골이다. 이름에서부터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내린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라. 조선시대 이 일대를 청하현이라고 불렀다. 청하골이라는 이름 말고 내연골, 보경사계곡이라고도 불리는데 무엇도 청하골을 따라오지 못한다. 긴 계곡줄기에서 아름다운 열두개의 폭을 뽑아 12폭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이름을 굳이 소개하는 것은 혹여 다른 이름으로 접해도 헷갈리지 말기를 바라서이다.
산줄기를 따라 흐르는 물줄기는 산의 높이에 따라 모양을 달리한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는 높이 차에 따라 크고 작은 폭이 생기기 마련. 폭포들이 한 두개가 아니라는 뜻이다. 상생폭, 보현폭, 삼보폭, 연산폭, 은폭, 복호폭, 시명폭 등 눈에 띄는 몇몇 폭들이 이름을 얻었다. 폭포와 폭은 모두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이들이 크고 작은 물웅덩이와 기암을 흡수해 끝내주는 풍광을 만들어내니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끔 계곡 트레킹을 하다보면 너무 깊은 곳을 파고들어 숲과 물줄기만 따라 걸을 때도 있는데 내연산 청하골은 하늘이 열려있다. 계곡과 그 곁을 지키는 웅장한 기암들이 한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내연산 청하골을 걷기 위해서는 보경사를 지나야 한다. 하산길에 보는 것도 좋지만 힘이 넘칠 때 여유있게 보고 싶다면 먼저 보경사에 들러도 좋다. 602년, 신라 진평왕 시절 진나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대덕 지명법사가 창건한 보경사는 천년도 더 된 고찰이다. 보경사 건립에 전해오는 전설을 살펴보자. 지명법사는 진흥왕에게 동해안 명산에서 명당을 찾아 팔면보경을 묻은 위에 금당을 세우면 외세의 침입을 받지 않고 삼국을 통일할 것이라 예언한다. 이에 왕은 동해안 북쪽 해안가의 종남산 자락 큰 못 아래 팔면경을 묻고 못을 매워 금당을 건립한다. 이 절의 이름이 보경사가 된 이유다. 오래된 시간만큼 다양한 문화재가 안겨 있다. 원진국사비(보물), 원진국사부도(보물), 서운암 동종(보물) 등의 보물 외에도 금당탑(유형문화재), 적광전(유형문화재) 등을 품고 있다.
보경사 왼편 물줄기를 따라 걸어보자. 제일 먼저 상생폭과 닿는다. 쌍둥이 같은 물줄기 덕분에 쌍폭이라고도 한다. 폭 왼쪽으로 기화대와 기화담이 펼쳐진다. 그 옛날 기녀가 풍류객과 노닐던 공간이란 전설을 품고 있다. 그 풍경을 보고 있자니 신선이며 기녀의 한바탕 풍류가 절로 그려진다. 상생폭을 지나면 보현폭과 삼보폭이 나타난다. 알알이 부서지는 폭 소리에 땀방울이 흐려진다.
이보다 더 시원한 폭포소리가 더해지니 웅장한 물줄기가 나타난다. 잠룡폭이다. 저 물줄기 뒤로 용이 숨어 있을까. 아니면 아직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승천할 날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얼마가지 않아 청하골 폭포의 백미로 꼽히는 관음폭과 연산폭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높이 솟은 학소대와 비하대를 배경으로 쏟아지는 물줄기에 잠시 걸음이 멈춘다. 시원하다. 소리도 시원하고 흩뿌리는 물방울도 시원하다. 연산폭 줄기는 바로 관음폭으로 떨어진다.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웅장한 풍광을 말없이 바라본다. 말이 필요없다. 높이 30m, 길이 40m, 깊이 2m를 자랑하는 내연산 최대의 폭인 연산폭 앞에서 잠시 쉬어간다. 가까이 갈 수는 없는 아쉬움은 그를 더 오래 바라보게 한다.
이 연산폭은 아래로 쏟아지며 잠시 두 갈래로 갈라진다. 관음폭이다. 연산폭 구경은 실컷 했더라도 이곳 관음폭 앞 맑은 물에 손이라도 담구며 한 박자 쉬어가는 것도 좋다. 목이라도 축여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까지 보고 되돌아 내려간다. 힘들다면 그래도 좋다. 여기서 조금 더 상류로 올라가면 청하골의 한적한 계곡이 이어진다. 지금까지 걸어온 청하골 하류가 화려하고 웅장한 맛이 있다면 관음폭부터 시명폭까지 닿는 청하골 상류는 풋풋하고 소박하다. 이름부터 은밀한 은폭을 시작으로 복호폭과 시명폭 등이 사람들을 반긴다.
이렇게 계곡만 가고 끝이냐고 묻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계곡트레킹만으로 부족하다 여기는 이들, 산은 무조건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등정주의자라면 내연산 최고봉 향로봉(930m)을 기억해두자. 최고봉에 걸맞는 풍광을 선사한다. 내연산 최고봉은 향로봉이지만 주봉은 삼지봉(710m)이다. 내연산 지도를 보면 삼지봉을 중심으로 내연산 주요 산줄기가 뻗어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지봉을 가운데 두고 최고봉인 향로봉은 내연산 서쪽에 문수봉은 오른쪽에 자리한다.
최고봉을 가든 주봉을 가든 계곡만 걷든 선택은 그대의 몫이다. 다만 굳이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청하골 계류만으로도 이 여름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는 약소한 팁을 전한다. 제대로 쏟아지는 폭의 잔상은 이 여름 더위를 달래는 데 제법 도움이 된다.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익산포항고속도로 → 포항IC → 28번 국도 → 흥해 → 7번 국도 → 송라 → 보경사 <수도권 기준 5시간 소요>
2.주변 음식점
환여횟집 : 물회 / 북구 두호동 / 054-251-8847
마라도회식당 : 물회 / 북구 두호동 / 054-251-3850
진미고래 : 고래고기 / 북구 남빈동 / 054-248-9668
할매식당 : 고래고기 / 북구 용흥동 / 054-247-9521
3.숙소
연산온천파크 : 북구 송라면 보경로 516 / 054-262-5200 / www.yeonsanspa.com
애플트리호텔 : 남구 중흥로100번길 7-5 / 054-241-1234 / 한국관광품질인증
포항스테이호텔 : 남구 중앙로 131번길 1 / 054-274-8300 / www.stay-inn.co.kr
필로스호텔 : 북구 죽도동 / 054-250-2000 / www.philoshotel.co.kr
삼보가든 : 북구 송라면 / 054-262-2224
-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msommer@naver.com)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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