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정비 자회사 출범을 앞두고 엔투비 도입 등 지역사회의 우려를 두고 “믿어 달라, 약속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도 광양시의회 등 명문화를 요구하는 지역사회의 목소리는 끝내 외면했다.
명문화 선례가 없다는 게 포스코가 표면적으로 내민 이유지만 명문화할 경우 자칫 향후 기업 경영의 상당한 부담이나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속내가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다.
광양시의회와 포스코는 지난 30일 의회 상담실에서 정비 자회사 출범 관련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무엇보다 관심이 집중된 것은 기존 협력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지역업체를 둘러싼 납품생태계의 변화와 관련해서다. 무엇보다 엔투비나 통합구매제도 도입 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한 정비 협력사 납품업체 대표는 “현재 대부분 물량을 협력업체에 납품 중인 상황에서 포스코 정비 자회사가 설립되면 엔투비와 거래하지 않을까 걱정이 가장 크다”며 “또 계약만료 후에는 연장계약 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매우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정비 자회사 설립은 기술력 강화와 안전수준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구매 통합은 고려치 않고 있으며, 소상공인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협력사들과의 거래내용을 파악한 후 기존대로 계약을 이행하겠다. 계약만료 후에도 구매 불량 등 특별한 위반사항이 없다면 재계약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스코그룹사 대상 엔투비 구매 의무화 가이드라인이 없고 업무지침상에도 없다. 지금 상황에서 엔트비 도입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포스코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우려는 쉬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말로만 하는 포스코의 약속은 신뢰할 수 없는 만큼 명문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정구호 광양시의회 의원은 “현재 정비 자회사 설립 관계자들이 약속과 신뢰를 말하고 있으나 사람이 바뀌면 약속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문서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래야 납품업체는 물론 그곳에서 일하는 4600여명에 이르는 종사자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례가 있어서 하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수많은 지역 소상공인은 물론 시민사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지난 2000년 포스코가 엔투비 구매방식 도입을 강행했던 당시, 지역 영세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었던 상황을 곱씹은 것인데, 명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풀이된다.
그러나 포스코는 “문서화나 명문화 대상이 아니다. 문서화한 사례가 없다”면서 “말 그대로를 믿어달라. 약속한다”며 사실상 문서화 요구를 거부했다.
정비 자회사 중 한 곳인 서재석 GYS테크 대표 역시 “기본적인 회사운영 방침은 소통해서 걱정하지 않도록 회사를 운영하겠다”면서 “엔투비는 들어오지 않는다. 자회사 생겨서 더 나빠졌다는 말 듣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선 포스코의 일방통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또다시 터져 나왔다. 출범을 불과 며칠 앞두고 열린 이번 설명회 역시 소통이 아니라 통보라는 지적이다.
서영배(옥곡) 의원은 “정비 자회사 출범을 이틀 남겨놓고 설명회 연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다 결정해놓고 통보하는 것이다. 매우 유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영헌 의원 역시 “(이번 설명회는)해결책을 들고나온 것이 아니다. 이렇게 보고하는 것은 광양시의회를 우롱한 것”이라며 “지역에서 어떠한 말이 나와도 기업 뜻대로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두달여간 일방적인 정비 자회사 설립 반대와 구체적인 방안 제시를 요구해 온 광양시의회로서도 '빈손 투쟁'으로 끝날 공산이 커진 상태여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광양시의회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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