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방영된 드라마 <명성왕후>는 배우 이미연이 주연을 맡아 3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내가 조선의 국모다’라는 대사로 흥행을 일으켰다.
남양주에는 대한제국 고종과 명성황후의 무덤인 홍릉(洪陵), 순종과 두 황후의 무덤 유릉(裕陵)이 있는데, 이 둘을 합쳐 홍유릉이라 일컫는다.
홍유릉은 대한제국이 선포 후 2대를 끝으로 멸망하고 일제강점기를 거친 후 남북한 모두 공화정이 들어섰기 때문에 한국사에서 마지막으로 조성된 왕릉이며, 대한제국이 황제국을 표방했기 때문에 유일한 황제릉(皇帝陵)이기도 하다.
또한 조선왕릉 중에서는 최초로 조선왕조 이후의 시대(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유일한 왕릉이다. 조선왕릉 중 마지막으로 조성된 왕릉이었기 때문에 다른 왕릉에 비해서 가장 최근에 조성된 곳이기도 하다.
■ 대한제국을 선포한 고종태황제와 명성태황후 민씨의 ‘홍릉’
홍릉은 대한제국 1대 고종태황제와 명성태황후 민씨의 능이다. 홍릉은 기존 조선왕릉의 형식과 다른 대한제국 황제릉의 형식으로 조성되었다. 이는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후 명나라의 황제릉을 인용하고 기존의 조선왕릉을 계승하여 개혁한 형식이다.
고종태황제는 재위기간에 강화도조약을 맺어 문호를 개방하는 등 대외 개방정책을 취하고, 군제를 개혁하고 조사시찰단을 파견하여 새로운 문물을 들여왔다. 하지만 친정선포 후 민씨세력이 정권을 장악하고, 개화파와 수구파의 대립으로 인한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이 일어났다. 1894년(고종 31)에는 농민혁명이 발발하였으며 갑오개혁을 실시하였다.
1895년(고종 32)에 을미사변을 겪은 후 신변의 위협을 느껴 아관파천을 단행하기도 하였으며, 1897년에는 자주독립 국가로서의 면목을 내세워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연호를 광무(光武)라 정한 후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일본의 압력이 심해지는 가운데 1905년에 을사늑약을 맺고 외교권을 일본에 빼앗겼으며, 1907년에 일제로부터 국가와 민족을 보호하고자 세계만국평화회담이 열리는 헤이그로 밀사를 파견하였으나 일본의 방해로 실패하였다. 이를 빌미로 일본과 친일 대신의 강요로 1907년에 강제 퇴위되었다. 그 후 1919년에 덕수궁(경운궁) 함녕전에서 67세로 세상을 떠났다.
명성태황후 민씨는 1866년(고종 3)에 고종의 사친 부대부인 민씨의 추천으로 왕비로 책봉되었고, 흥선대원군이 섭정에서 물러나자 친정일가가 실권을 장악하였다.
쇄국정책에 맞서 일본과 수교하고, 1882년에는 임오군란으로 신변이 위태로워지자 궁궐을 탈출하여 피신생활을 하였는데, 청나라에 원병을 요청하여 군란을 진압하고 다시금 정권을 잡았다.
1884년 개화파가 일으킨 갑신정변 때에도 청나라를 개입시켜 개화당 정권을 무너뜨렸으며, 1894년 갑오개혁이 실시되면서 러시아에 접근하여 일본 세력을 추방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외교정책에 불만을 품은 일본공사에 의해 1895년(고종 32)에 경복궁 건청궁 옥호루에서 시해당하였다.
■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과 두 황후의 ‘유릉’
유릉은 대한제국 2대 순종효황제와 첫 번째 황후 순명효황후 민씨와 두 번째 황후 순정효황후 윤씨의 능이다. 한 봉분 안에 세 분을 같이 모신 동봉삼실 합장릉의 형태이며, 홍릉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조선왕릉을 계승하고 명나라의 황제릉을 인용한 대한제국의 황제릉으로 조성하였다.
순종효황제는 고종태황제와 명성태황후 민씨의 둘째 아들로 1874년(고종 11)에 창덕궁 관물헌에서 태어났다. 바로 다음 해에 왕세자로 책봉되었고, 1897년(광무 1)에 황태자로 책봉되었다.
1907년(광무 11)에 일본의 압박으로 고종이 강제 퇴위되자 대한제국의 두 번째 황제로 등극하고 연호를 융희(隆熙)로 고쳤다. 등극 후 일본의 간섭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일본이 한국을 병합하기 위한 정미7조약(丁未七條約)이 강제로 체결되었고, 1909년(융희 3)에는 기유각서가 강제 체결되어 사법권을 강탈당했다. 결국 1910년(융희 4)에 친일파에 의해 한일합병조약이 체결되어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다. 그 후 이왕(李王)으로 강등되어 창덕궁에 거처하며 망국의 한을 달래다가 1926년 양력 4월 25일에 창덕궁 대조전에서 53세로 세상을 떠났다.
“구차히 산 지 17년, 2천만 생민(生民 : 국민)의 죄인이 되었으니 잠시도 이를 잊을 수 없다. 지금의 병이 위중하니 한 마디 말을 않고 죽으면 짐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리라. 이 조칙을 중외에 선포하여 병합이 내가 한 것이 아닌 것을 백성들이 분명히 알게 되면 이전의 소위 병합 인준과 양국의 조칙은 스스로 파기에 돌아가고 말 것이리라. 백성들이여, 노력하여 광복하라. 짐의 혼백이 어둠 속에서 여러분을 도우리라.”
1926년 4월 25일 새벽 6시 15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53세로 창덕궁 대조전에서 위와 같은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신문에는 `5백 년 종사의 마지막 황상(皇上) 승하`라는 제목의 기사가 전면을 장식하였다. 그 해 6월 10일 발인하는 날, 순종의 발인 행렬이 유릉을 향하여 창덕궁 돈화문을 나서 단성사 앞을 지날 때였다. 황제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러 나온 수많은 군중 속에서 수천 장의 격문이 날아오르며 “대한독립만세!”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 황제의 인산일을 기하여 6·10 만세 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순종의 마지막 유언을 백성들이 알 리 만무하였으나, 마지막 황제의 죽음은 백성들의 독립에 대한 욕망을 더욱 고조시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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