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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괴담회> 속 그곳! ‘백패킹 성지’ 무렝게티에서 귀신보다 무서운 쓰레기 줍깅

기사입력 2022.10.1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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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국관광공사
    인천국제공항 옆 작은 섬 무의도.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이곳에 최근 귀신이 나타난다는 흉흉한 소문이 들려온다. 섬 최고봉 호룡곡산에서 귀신을 목격한 백패커들의 이야기가 지난 6월 <심야괴담회>에 소개되기도 했다. 무의도에 가면 정말 귀신을 볼 수 있을까? 걱정 반 기대 반, 설레는 마음을 안고 트레킹을 떠났다.

    무의도의 또 다른 이름

     

    이국적인 무렝게티 풍경
    무의도는 영화 <실미도>가 개봉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물때가 맞으면 실미도 해수욕장에서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실미도까지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도 하나개 해수욕장 근처에 남아있다. 육로가 없던 과거에는 잠진도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던 외진 섬이었지만, 2019년 무의대교 개통 이후에는 방문객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동해처럼 푸른 무의도의 바다
    백패킹을 할 만한 장소가 많다.
    백패커들 사이에서도 무의도는 핫플레이스로 통한다. 호룡곡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맹지가 노지 캠핑의 성지로 떠오른 것이다. 우거진 수풀과 키 작은 나무가 듬성듬성 자라는 풍경은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을 연상케 한다. 무의도가 무렝게티라고 불리는 이유다.
    무렝게티가 인기를 끌면서 주변 쓰레기도 늘어났다고 한다. 백패커들이 버린 것도 있지만, 대부분 파도에 떠밀려온 해양 쓰레기다. 백패킹이 목적이든 트레킹이 목적이든, 오고 가는 길에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거둘 수 있다면 더욱 보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귀신보다 무서운 쓰레기

     

    새로 장만한 백패킹 장비는 잠시 내려놓고 간식을 담은 배낭과 비닐봉지, 집게를 챙겼다. 출발지는 무의광명항공영주차장. 무료인데다 공간도 넓어서 사람이 많은 주말에도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 주차한 뒤 큰길까지 걸어 나와 ‘가연민박’ 옆 공터로 접어들면 무렝게티로 가는 지름길이 나타난다.
    무렝게티 가는 길은 두 갈래다. 갯바위, 또는 울창한 오솔길
    무렝게티 가는 길은 두 갈래다. 갯바위, 또는 울창한 오솔길
    해안에 닿을 때까지는 평탄한 숲길이 이어져 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오솔길을 따라 발걸음을 천천히 내딛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선선한 공기와 시원한 바다 풍경이 청량감을 더한다. 

    무렝게티까지 소요 시간은 편도 약 40분. 비밀스러운 오지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무렝게티 코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해안 길은 바위가 많아 다치기 쉬워서 가벼운 트레킹이라고 해도 접지력이 높은 등산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매운맛 해안길
    해안길에서 만난 포토존
    비교적 순한 산길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바위 포토존에서 인생샷을 남기려면 험한 해안 길로 가야 한다. 바다타임(www.badatime.com)에서 물때를 미리 확인하자. 바닷물에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별도의 이정표가 없다는 점도 기억해 둘 것.
    탐방로에는 듣던 대로 쓰레기가 많다.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낡은 인형부터 중국어가 적힌 음료수병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어선이나 양식장에서 떨어져 나온 그물처럼 당장 가져갈 수 없는 커다란 쓰레기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호룡곡산 괴담에 등장하는 진짜 귀신은 사실 쓰레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눈에 띄는 쓰레기를 하나씩 주워 미리 준비한 봉투에 넣다 보면 뿌듯해진다. 작은 실천이 모이면 호룡곡산도 언젠간 태초의 모습대로 깨끗해질 거라고 믿는다.

    세렝게티와 바다의 만남

     

    등산로와 해변을 번갈아 걷다 보니 어느덧 절벽 아래 펼쳐진 넓은 맹지에 닿았다. 세렝게티와 닮은 이국적인 풍경,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들, 그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작은 습지,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무렝게티다. 
    무렝게티의 작은 늪
    바다와 초원이 공존하는 듯한 무렝게티 풍경
    무렝게티가 아프리카 세렝게티보다 좋은 점을 하나 꼽자면 단연 바다다. 불규칙적으로 솟은 바위 너머로 잔잔하게 펼쳐진 너른 바다는 무렝게티를 더욱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만든다. 갯바위를 타고 이리저리 오가면서 숨겨진 풍경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텐트 치기 좋은 명당이 널렸는데, 당장 하룻밤 청할 수 없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다. 아쉬운 대로 들판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이국적인 풍경을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어느 좋은 날, 무렝게티로의 또 다른 여정을 꿈꾸며.
    무의광명항공영주차장에 마련된 분리수거함
    Tip. 무렝게티 플로깅은 이렇게!
    - 간조 시간대를 미리 확인한 뒤 플로깅 계획을 세우자.
    - 날카로운 쓰레기에 다칠 위험이 있으니 집게와 장갑 등 도구를 활용하자. 
    - 쓰레기를 줍기 위해 무리해서 위험한 곳에 들어가지 말자.
    - 해 지기 전에 플로깅을 마치자. 
    - 무의광명항공영주차장 입구에 설치된 분리수거함에 쓰레기를 버리자.
    - 플로깅보다 중요한 건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 내가 만든 쓰레기는 남김없이 가져오자.

    글,  사진 : 김정흠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2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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