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더코리아-스포츠] KIA 타이거즈 우완 유승철(25)는 2017년 1차 지명을 받았다. 2024시즌이면 벌써 8년째를 맞는다. 데뷔 이후 가장 잘했던 시즌은 2018년이었다. 2년차에 39경기에 출전해 1승1세이브3홀드, ERA 4.37를 기록했다. 첫 승, 첫 세이브, 첫 홀드까지 따내며 불펜의 미래로 떠올랐다.
그러나 고교 3학년(효천고)때 투수로 전향한 후유증이 생겼다. 2019시즌 팔꿈치 부상으로 주저앉았다. 현역복무를 거쳐 2021년 5월 복귀했다. 착실한 준비를 통해 2022시즌 초반은 불펜요원으로 활약했다.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며 3구원승을 따냈다. 그러나 5월부터 부진에 빠졌고 21경기등판에 그쳤다.
2023시즌도 기대를 모았으나 4월15일 광주 키움전 등판이 전부였다. 152km를 쏘았지만 8일만에 2군으로 강등됐고 이후 콜업을 받지 못했다. 광배근 부상도 있었다. 퓨처스 성적도 16경기 1승2패2세이브 ERA 10.42의 부진에 빠졌다. 이제는 프로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까지 달렸다.
11월 시작한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어떤 마음으로 참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훈련에 매달렸다. 새로운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를 만나 포크볼도 배웠고 투구의 방법도 얻었다. 사실상 투수를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한 달을 보냈다. 두 코치도 유승철의 강력한 구위를 보고 매료됐다.
킨 베이스볼스타디움에서 만났던 유승철은 "실망스러운 시즌이었다. 처음에는 좋았는데 갑자기 마운드에서 투구 밸런스가 깨졌다. 그걸 잡으려고 계속 훈련하다 광배근 부상을 당했다. 그것 때문에 오래 걸렸다. 이 부상이 가장 아쉬웠다. 이렇게 제대로 못해봐야 올라갈 게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어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마무리캠프에 참가했다. 오키나와에서 여러가지를 배웠다. 여태껏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잡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카운트마다 다르게 던져야 한다고 배웠다. 그걸 생각하니까 부담도 적고 잘 된다. 이런 부분에서 훈련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새롭게 포크볼을 배운 점도 수확이었다.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였다. 이제는 좌타자에게 포크볼을 던지고 싶었다. 정재훈 코치님에게서 던지는 법을 배웠고 많이 던졌다. 아예 못던졌는데 마무리캠프에서 마음먹은대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타자들의 반응도 보인다. 라이브피칭에서는 헛스윙도 많이 나왔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특히 피치터널의 중요성도 느낀 점도 있었다. "투구의 도착점(스트라이크)은 신경쓰지 말고 피치터널만 생각하고 그 안에 볼을 던지라고 주문하셨다. 포크볼은 우타자 몸쪽으로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바깥쪽에 떨어져도 터널안에만 들어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화구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유승철은 이제서야 투수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아는 것 같았다. "고교 3학년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했다. 이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했는데 중간 과정을 자르고 갔다. 볼이 좋다는 생각에 투수를 너무 쉽게 봤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투수한 친구들은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다. 나는 노하우 없이 미트만 보고 던졌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내년에는 진짜 잘하고 싶다. 아프지 않고 1군에서 계속 던지고 싶다. 올해 2군에 오래있다보니 1군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비시즌 기간중에도 안쉬고 훈련하겠다. 마무리캠프에서 배운 것을 더 다듬겠다. 스프링캠프에 간다면 바로 라이브 피칭을 할 수 있도록 몸을 단단히 만들어놓겠다"고 약속했다. 152km 투수의 8년 차 도전이 성공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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