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코리아-스포츠]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타격이 좋은 팀은 승리를 하고, 마운드가 좋은 팀은 우승을 한다. 이범호 KIA 신임감독이 신구조화가 완벽하게 이뤄진 투수진을 앞세워 우승후보라는 평가에 부응할 수 있을까.
통산 193세이브를 남기고 2017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정재훈 투수코치는 이듬해 지도자로 변신해 한해도 쉬지 않고 두산 투수들을 육성했다. 2018년 2군 불펜코치를 시작으로 2군 투수코치, 1군 불펜코치, 1군 투수코치 등 투수파트의 다양한 보직을 맡아 6년의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두산의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2019년 통합우승에는 정 코치의 꼼꼼한 투수 지도가 한 몫을 담당했다.
정 코치는 지난해 12월 지도자 커리어 처음으로 둥지를 옮기게 됐다. 작년 시즌 도중 두산 1군에서 2군 투수코치로 보직이 바뀐 가운데 2023시즌을 마치고 KIA의 코치직 제의를 받은 것. 정 코치는 2024시즌 타이거즈 1군 메인 투수코치를 맡게 됐고, 12월부터 1월까지 KIA 구단의 지원을 받아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로 파견돼 바이오 메카닉과 같은 코칭 프로그램을 습득했다.
두산에서만 투수를 지도하다가 KIA로 와서 새로운 투수들을 본 소감은 어떨까. 1차 스프링캠프지인 호주 캔버라에서 만난 정 코치는 “KIA 투수들이 좋다. 기록도 좋고 전반적인 기량도 좋다. 다 좋다. 작년 시즌도 외국인투수 2명만 모자랐지 국내 선수는 선발, 불펜이 기본적으로 모두 좋다”라고 놀라워했다.
정 코치는 구체적으로 “젊은 선수들 가운데 좋은 투수들이 많다. 팀 내에서도 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분위기다. 이런 부분이 맞물리면 결국 젊은 선수들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평가했다.
KIA는 실제로 오프시즌 외국인투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며 전직 메이저리거 듀오인 윌 크로우-제임스 네일로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크로우의 경우 불과 3년 전인 2021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풀타임 선발을 맡았던 선수다. 이들의 뒤를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의 탄탄한 토종 선발진이 받치고 있고, 임기영, 장현식, 이준영, 전상현, 최지민, 정해영 등 뒷문 또한 리그 정상급 전력이라는 평가다.
정 코치는 특히 외국인 듀오의 마인드와 워크에식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정 코치는 “캠프 초반인데 크로우, 네일 모두 불펜에서 집중력, 구위가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빨리 이 팀의 일원으로 속하려는 자세, 마인드가 좋아 보인다”라며 “이제 경기를 하면 아무래도 미국과 타자들 성향도 다르고, 우리나라만의 문화도 있다. 그런 것만 잘 적응해서 흡수하면 무난하게 잘할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크로우는 지난 2020년 워싱턴 내셔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4시즌 통산 94경기(선발 29경기) 10승 21패 평균자책점 5.30(210⅔이닝 125자책)을 기록했다. 2021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풀타임 선발을 맡아 26경기(선발 25경기) 4승 8패 평균자책점 5.48(116⅔이닝 71자책)을 남긴 경력이 있다. 빅리그 풀타임 선발이 이례적으로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네일 또한 메이저리그 통산 17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7.40의 경력자다. 지난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빅리그 마운드에 올라 10경기 평균자책점 8.80을 기록했다. 아울러 마이너리그에서도 통산 155경기(선발 35경기) 27승 17패 3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점 4.15의 경험을 쌓았다. KIA는 “커브의 구위가 위력적이고 싱커의 움직임이 좋아 땅볼 유도 능력이 높다는 평가다”라고 네일의 변화구를 높이 샀다.
정 코치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 자기 자신보다 팀 케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제로 모난 부분이 없고, 아직까지는 다 좋아 보인다. 경기에 들어가면 선수들이 바뀔 수 있는데 조금 예민해지는 부분은 존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린 투수들의 성장 전망 또한 밝다. 정해영, 이의리, 윤영철, 황동하, 곽도규 등 1군 경험치를 쌓은 다수의 기대주들이 드라이브라인 센터로 향해 맞춤형 트레이닝을 받으며 구속 증가, 구위 향상 등 기량 발전과 관련한 많은 팁을 얻고 왔다.
정 코치는 “당장 경기에서 구위가 확 좋아지진 않겠지만 어린 투수들이 선수생활의 방향성을 잡고 왔다. 어떤 식으로 훈련하는 게 맞고, 나한테 필요한 훈련이 무엇인지 알게 됐을 것이다. 선수들도 좋아했고, 향후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라는 시선을 드러냈다.
다만 그렇다고 캠프에서 이들이 특별히 눈에 띄는 건 아니다. 정 코치는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면서 냉정하게 선수를 기용해야하는 지도자이기에 특정 투수 언급을 피했다. 정 코치는 “내가 거명하는 선수는 매우 좋겠지만 모두가 경쟁하는 입장이다. KIA는 젊은 투수들이 다 좋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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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시 고요속의 외침이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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