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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칼럼) 고물가·고금리에 ‘역대급 킹달러’, 수출과 내수 회복대책 화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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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박근종 칼럼) 고물가·고금리에 ‘역대급 킹달러’, 수출과 내수 회복대책 화급

작가·칼럼니스트
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역임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작금의 한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가운데 도저히 활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중고는 민간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게다가 설상가상 미국 경제의 ‘나 홀로 호황’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를 타듯 요동치고 있다. 최근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감도 후퇴하면서 원화 평가 절하가 가중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16일 오전 11시 30분께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00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1,400원대로 오른 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금리 인상에 이어 이번까지 네 차례밖에 없었을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한·미·일 3국 재무장관들은 지난 4월 17일(현지 시각) 새벽 미국 재무부에서 처음 만나 원화와 엔화 급락에 대해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하며 구두개입에 나섰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9원 내린 1372.9원으로 진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4월 19일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 소식이 전해지자 8.1원 오른 1,381원에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장중 한때 1,392.9원까지 치솟았다가 9.3원 오른 1,382.2원에 마감했다. 이렇듯 중동 지역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환율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원화 값이 힘을 잃고 있는 것은 ‘강(强)달러’를 넘어 ‘킹(King)달러’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의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은 지난 4월 1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0%에 다다르고 있다는 데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다”라며 “그러한 확신을 얻는 데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서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은 “노동 시장의 강세, 현재의 인플레이션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데이터를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당분간 금리 인하 계획이 없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여기에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지며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쏠림 현상이 더 심해졌다. 한국의 경우 9조 원에 이르는 배당금 해외 송금이 4월에 집중된 것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원화 약세가 길어지면 ‘반도체의 봄’을 맞아 겨우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려고 하는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원화 약세가 아시아 다른 통화에 비해 유난히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좋아지는 측면도 있지만 엔화 등 다른 통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 효과가 제한적이고, 전체적으로는 원자재 수입 부담 등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유가에 취약한 우리 경제에 대한 걱정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나 내수 부진, 총선 이후 정책 불확실성 등 내부 요인도 원화 약세를 키운 측면이 있다. 수입 물가가 올라 가뜩이나 높은 국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도 있다. 고유가·고환율 현상은 수입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려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전반적인 물가 인상을 초래해 내수 침체까지 이어질 수 있어 경제엔 부정적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각종 원재료 가격 인상에 고환율까지 더해지면 기업들은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7%로 대폭 올리고 세계 성장률도 3.1%에서 3.2%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한국은 2.3% 그대로 유지한 것도 불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국무역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와 환율이 각각 10%씩 상승하면 국내 기업의 원가가 각각 0.38%, 2.40% 상승해 총 2.8%의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유가가 10% 오르면 원가가 0.67% 오르고, 환율이 10% 오르면 3.68%의 원가가 상승하는 등 총 4.4%의 비용 상승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잘나가는 미국 경제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지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대고 있다. 중동 위기나 미국 경제 호황 같은 외부 변수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도한 쏠림 현상을 막는 위험 관리를 잘하는 수밖에 없다. 원화의 가파른 추락과 변동성 확대는 당연히 갈 길 바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때마침 고공비행 중인 유가도 상승폭을 키우고 있어 자칫 시계 제로의 위기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지난 4월 17일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비금융기업(기업)의 대외채무는 1,626억 1,200만 달러(약 226조 6,000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말 1,540억 2,820만 달러 대비 5.6%인 85억 8,380만 달러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로 이자 비용 증가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도 불가피하다. 대외채무는 기업이 상환해야 할 외화차입금, 외화사채 등 외화 빚을 의미한다. 또한 외국인 자금 이탈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우려도 크다. 예상보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가뜩이나 힘든 가계와 기업이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금융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가 크다.

 

통화가치 추락은 원화만의 일은 아니다. 일본 엔화 약세도 멈추지 않는 양상이다. 지난 4월 15일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또 다시  1990년 6월 이래 34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오전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엔화는 153엔대 후반을 기록했다. 유로, 엔 등 주요국 6개 통화(유로와 파운드 스털링, 일본 엔,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스웨덴 크로네) 대비 달러가치(달러인덱스)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그 여파로 유로는 유로당 1.0642달러, 영국 파운드는 파운드당 1.2447달러까지 가치가 하락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그래도 원화 약세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환율은 여러 복합적 요인으로 움직이지만 원화 약세는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1분기 수출액은 1,63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고,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도 나쁘지 않고, 외환보유액도 지난 2월 말 기준 4,157억 4,000만 달러보다 35억 1,000만 달러나 증가해 3월 말 기준 4,192억 5,000만 달러(약 567조 2,453억 원)로 나름 쌓여 있어 과도하게 지나친 비관론은 금물이다. 하지만 높아지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한국이 특히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한 만반의 대처가 필요하다.

 

원화가치는 이달 들어 세계 주요 통화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크다. 지난 4월 12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주요 31개국 통화 가치의 변화를 의미하는 스팟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원화 가치는 지난 3월 29일 대비 2.04% 하락,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러시아 루블화는 1.69% 하락했고 이스라엘 셰켈화(-1.54%), 브라질 헤알화(-1.54%)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34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한 엔화가치는 1.26% 하락했다.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입물가는 오히려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물가상승을 억제하리 위해서는 중앙은행은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관리해야민 한다. 고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이 커지면 가계는 실질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를 줄인다.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게 된다. 유효수요가 줄어들면 무역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그 나라를 상대로 수출을 하는 다른 나라까지 영향을 받는다. 미국이 나홀로 호황을 독주(獨走) 할수록 다른 나라들은 의도하지 않게 강제로 독주(毒酒)를 마셔야만 하는 구조다.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대외 채무가 많은 국가일수록 더 많은 독주를 들이켜야 한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고(高)’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올해 ‘상저하고(上底下高)’에 기댄 낙관적 경제정책 운용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원화 값 하락과 유가 강세가 계속되면, 민간 소비는 줄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고물가 속 경기침체)’이 현실화할 우려가 크다. 지금은 정부가 환율과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당장 물가가 3월에 정점을 찍고 둔화할 것이란 정부의 전망부터 빗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 18%나 오른 국제유가가 수입물가를 석 달 연속 밀어 올리면서 후행 지표인 소비자물가도 뒤따라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 유가와 함께 원·달러 환율도 동시에 뛰고 있어 4월 수입물가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상승과 물가 불안은 내수 부진과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하기에 정부는 제5차 중동전쟁까지 가정해 만반의 대비를 해둬야 한다. 정부는 원유 수입 차질 등의 악재 대비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마련하고 원유 비축량 점검,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에너지 위기 사태를 막을 방파제를 높이 쌓아야 한다. 당연히 비축유를 시장에 풀거나 물가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동시다발적 지정학 위기에 맞서 안보를 튼튼히 하고 시장 불안을 가라앉게 하려면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물가 및 금융시장 안정, 투자 활성화 등 경제 회복을 위한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경제 위기에서 탈출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고물가·고금리 부담을 막을 민생 안전망을 강화하고 수출과 내수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화급하다.

 

<기고는 본사의 보도방향과 다를 수 있음, 더코리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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