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코리아-서울] 10대 청소년의 체육활동 참여 비율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아 청소년 신체활동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학생들의 신체활동 강화를 위해 초등학교 1, 2학년의 신체활동 관련 교과 신설과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시간 확대를 골자로 하는‘2022 개정교육과정 개편안’심의를 국가교육위원회에 요청하였다.
먼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비만 등 학생들의 신체적 이상징후도 확대되고 그래서 학생들의 신체활동을 확대하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교육적 과제가 되고 있음을 인식한다. 그런 점에서, 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체육활동 강화라는 교육부의 제안 취지에 공감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체육활동 강화를 위해 교육과정을 개정하려고 하는 최근 일련의 과정과 그 방식에 대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2022 개정교육과정’을 제대로 시행도 하기 전에 국가교육과정을 바꾸는 것은 연쇄적인 부정적 파급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아주 높다. ‘2022 개정교육과정’은 교육계의 오랜 협의와 숙의, 대국민 공청회를 거쳐 확정한 것이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1, 2학년이 시행되었고, 중학교는 시행이 몇 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서 변경하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것으로, 학교 현장에 상당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즐거운생활에서 신체활동을 분리하는 것은 1980년대 이후 40여 년 동안 초1-2학년의 제반 교육과정을 통합교과 방식으로 운영해 온 것에 반하며, 그런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저학년 학생의 발달단계 상 장시간의 신체활동보다는 게임과 놀이 중심의 활동이 적합하며, 통합교과는 누리과정과 교과 중심 교육과정의 연계 과정으로 학교적응을 위한 교과로서의 정체성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는 통합교과 측의 문제 제기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부는 심도 있는 논의 및 공론화 과정 없이, 신체활동 강화라는 필요성만으로 통합교과를 해체하는 식의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즐거운생활은 음악, 미술, 체육의 통합적 운영에 기반하고 있다. 체육이 분리되면 음악과 미술 역시 분리 요구할 것은 자명하며, 이미 그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것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통합교과 체계를 흔드는 체육강화 방향을 조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체육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전국의 많은 교사들이 동의하면서도,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여러 환경과 조건 등에 대한 우려가 많다. 그런 교사들의 우려에 공감한다면, 인력지원, 시설, 체육활동에 따르는 민원 및 위험요소 등에서 보완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보완적 노력 없이 독립교과화로 단순화하여 원인을 진단하고 정책을 추동하기보다는 이런 선행적인 노력을 배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초 1-2 통합교과 체계 내에서도 체육활동 확대와 강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런 일선 교사들의 목소리에도 정책결정자들이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넷째,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시간 확대도 가능한 의제로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역시 오직 체육활동 증가에만 매몰되어 있을 뿐, ‘2022 개정교육과정’ 편성・운영 취지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중학교의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은 단위학교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학교자율시간의 도입, 디지털 소양 함양을 위한 정보 시수 확대를 위해 상당한 고민을 거쳐 적정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을 고시된 시간에서 30%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은 중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새로운 어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총 3,366시간이라는 총시간 내에서 시수의 20% 범위 내에서의 자율조정을 통해서 시간표를 구성해야 하는데, 이제 개별학교는 학교자율시간, 정보교과의 늘어난 34시간에 이어, 학교스포츠클럽 34시간을 추가로 배치해내야 한다.
지난 2024년 4월 19일 전국의 교육감들이 이 주제로 긴급 화상회의를 한 바 있다. 교육감들 중에서 일부는 교육부의 원안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으나, 다수는 독립교과화 자체에 대한 반대, 그리고 국가교육과정 개편이라는 중대사안을 충분한 사전 논의없이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절차적 문제, 시행도 제대로 안 된 현 상태에서 국가교육과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 등에 공감하였다.
이런 점에서 교육부의 성급한 추진을 국가교육위원회가 받아서 연이어 성급한 결정을 하기보다는 현 개정 교육과정 적용을 살피면서 충분한 숙의과정을 거치기를 소망한다. 그런 점에서 체육활동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나는 이렇게 제안하고자 한다. 즉, 지금부터 1년 정도의 숙의 기간을 설정하고, 초 1-2학년 독립교과화, 중학교 스포츠클럽 시수 확대라는 의제를 포함하여, 체육활동 확대와 강화를 위한 교육계의 진지한 숙의 과정을 거치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그런 숙의의 결과로 교육과정 개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목적이 옳고 타당하더라도 그 과정이 절차적 합리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따르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과거와 같은‘빨리빨리식’의 결정 방식보다는,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열린 숙의를 통해 결정하는 새로운 방식이 일반화되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모든 참여주체가 열린 자세로 토론해야 할 것이다. 나부터 그런 자세로 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중차대한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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