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만드는신문 = 이민재 기자] 택배사고 발생 시 정확한 보상규모 산정을 위한 할증요금과 수하물보험이 정작 사고가 발생할 경우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일고 있다.
대한통운, 한진택배, CJ GLS, 현대택배, 우체국택배, 로젠택배, 동부익스프레스 택배, KGB택배, 경동택배 등 대부분의 택배업체들은 고가의 수하물이나 귀중품 배송 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 추가할증요금제나 수하물보험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보험을 들었음에도 포장불량을 이유로 보상을 거절하거나 보상이 안 되는 수하물에 할증요금을 추가시킨 후 사고가 발생하면 나 몰라라 하고 사전안내 없이 수하물보험 및 할증요금을 이용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떠넘겨 소비자들을 극심한 스트레스로 내몰고 있다.
피해 소비자들은 “규정에 대한 정확한 안내 없이 무조건 가입부터 하라는 업체들의 무책임함에 크게 실망했다. 결국 보상도 받지 못하고 추가요금만 내는 꼴”이라며 업체들의 부실한 영업방식을 꼬집었다.
<▲택배업체가 불량이라 지적한 포장상태>
◆포장불량은 보험적용 안 돼!
의료 기기 제조업을 하는 부산시 봉래동의 이 모(남.53세)씨는 지난해 12월 초, 일본 수출을 위해 UPS항공화물을 이용했다.
지난해 10월 기기가 파손되는 사고를 당하고도 보험 미 가입으로 100달러만 보상받은 경험이 있어 보험에 들었다.
하지만 며칠 후 일본 수취인으로부터 제품이 파손돼 배송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씨는 즉시 보험을 통해 배상을 받으려 UPS항공화물에 연락했지만 단박에 거절당했다. 지난번 파손 때와 달리 이번엔 에어버블 포장을 하지 않아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씨는 “두꺼운 골판지로 박스를 포장했고 제품에 딱 맞는 5cm의 스티로폼으로 감쌌다”고 항의했지만 보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UPS항공화물 관계자는 “포장은 고객책임이다. 포장불량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보험을 들었다 해도 보상은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냥 주는 대로 받아?”
김해시 삼계동의 이 모(남.35세)씨는 지난 1월, 택배업체의 부당한 보상책정에 혀를 내둘렀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지인에게 노트북과 업그레이드 부품, 소프트웨어 등 140여만 원 정도를 택배로 보냈다. 하지만 일주일 후 업체로부터 수하물이 분실됐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됐다. 특히 물품가액을 기재하지 않았다며 규정상 50만원까지만 보상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택배업체의 약관에는 ‘물품가액 미신고시 최고 50만원 보상’이라는 조항이 있었지만 이 씨는 최초 택배를 의뢰할 당시 물품가액 기재 설명을 듣지 못했다. 더욱이 ‘특약사항약관설명 확인필’ 란에 고객 확인 서명이 없을 경우 약관규정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조항도 명시돼 있었다.
이 씨가 “송장의 내용을 택배기사가 직접 작성했고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 확인란에 내가 직접 사인을 하지 않았으니 약관의 내용으로 보상액을 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항의하자 업체는 노트북 가격인 107만원을 보상금액으로 제시했다. 이 씨가 이를 수긍하지 않자 “합의하지 않으면 약관대로 처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 씨는 “업체가 택배를 분실해놓고 책임은 소비자에게 묻는 꼴이다. 50만원 보상 규정을 악용하면 비싼 물품을 일부러 분실해 이익을 채울 수도 있겠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옐로우 캡 관계자는 “고객이 노트북 영수증만 제시했을 뿐 나머지 부품에 대한 증명서류는 내놓지 못했다. 부품이 정말 쓰였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보상금액에 적용시킬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고지의무를 안 한 과실을 인정해 107만원에 합의를 요구했지만 고객이 응하지 않아 합의가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업체의 주장에 이 씨는 “사고가 발생하지 2달이 넘도록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부품 영수증도 제시했으며 신용카드 매출 전표와 계좌입금내역서 등을 보냈다”고 반박했다.
◆부서진 수하물 보상은 택배기사가?
울산 남구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김 모(남.36세)씨는 지난해 6월 제조사로부터 납품받은 59만 8천원 짜리 홍삼기를 KGB택배를 이용해 인천으로 발송했다.
홍삼기의 내부가 도자기로 만들어져 혹시나 파손을 우려하는 김 씨에게 택배기사는 “파손을 대비해 할증을 붙여 요금을 받기 때문에 만약 깨지더라도 배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며칠 뒤 인천 고객으로부터 배송 받은 홍삼기의 뚜껑이 깨졌다는 연락을 받은 김 씨는 제조사에 요청해 다시 제품을 고객에게 배송했다.
제조사로부터 뚜껑 가격 7만원을 확인하고 KGB택배로 배상을 요청했다. 그러나 제품수거를 위해 방문한 직원을 통해 뚜껑 뿐 아니라 본체까지 파손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다시 40만원을 배상을 요청했다. 하지만 영업소는 한 달이나 시간을 끌다 뚜껑에 대한 7만원만 보상했다.
김 씨가 항의하자 영업소장은 “뚜껑파손 얘기만 들었고 본체 파손은 몰랐다”고 발뺌했다.
김 씨는 KGB택배 본사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원래 깨질 수 있는 물건은 접수받지 못하게 돼있고 사고가 나도 배상해줄 수 없다. 당시 수하물을 가져간 택배기사와 합의하라”고 발뺌했다.
김 씨는 “본사와 영업소는 택배기사에게 책임전가하기 바쁘다. 배송 도중에 파손된 제품의 보상책임을 왜 택배기사 개인에게 떠 넘기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와 관련, KGB택배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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