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철주야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사람 중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소방관들이다. 뜨거운 불길 속은 물론 각종 재해 현장에도 소방관들이 있어 우리는 안전한 날을 보낼 수 있다.
이들의 곁에는 함께하는 여러 동료가 있지만, 그중에 누구보다 발 빠르게 앞서고 구조에 최선을 다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119구조견’이다.
인명구조를 비롯해 다양한 사고 현장에 투입되어온 119구조견은 이제는 수색구조에 있어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특히 최근 경기도 광주에서 실종된 치매 노인도 구조견의 활약 덕분에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사건이 있었다. 그때 큰 활약을 한 주인공이 바로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북부특수대응팀 소속의 구조견 ‘전진’이다.
누구보다 용감하게 인명구조에 앞장서는 구조견들과 또 이들을 컨트롤하는 핸들러.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경기도 유일 119구조견센터, 전방위 활동
구조견과 핸들러가 활동하고 있는 119구조견센터는 실종자 등을 수색하는 출동부서로, 2006년 6월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가 최초로 구조견 두 마리를 들여와 운영하기 시작한 게 그 시초다.
현재 남양주시에 소재하고 있는 119구조견센터는 경기도 유일의 구조견센터로 경기도 전역을 담당하고 있다. 근무 인원은 핸들러 세 명과 구조견 세 마리다.
그중 전진은 약 7년간 각종 현장에 투입돼 많은 사람을 구조하는데 이바지한 베테랑 구조견이다. 이런 구조견 전진의 곁에는 핸들러인 김기상 소방교가 함께하고 있다.
김기상 소방교는 약 2년 전 이곳에 핸들러로 임용되면서 현재까지 전진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최근 이 둘은 지난 6월 3일에 발생한 치매 노인 실종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6월 2일 치매 노인이 실종 소식을 들었고, 다음날 상황실에 접수되어 오후 2시경 출동했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는 경찰실종수사팀과 가족분들에게 정보를 수집하여 수색을 진행했었죠. 지역도 넓고 인적도 드물어서 어려움을 겪던 중 전진이 미세 반응을 포착하더라고요. 그 반응을 토대로 수색 범위를 좁혀가다가 어르신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김기상 소방교는 “보통 치매 어르신들이 실종된 사건들에 비해 짧게 종결된 편이다. 보통 3~4일 정도 소요되는데 특히 여름에는 폭염으로 인해 탈수, 탈진 위험이 커 더 위험하다”며 “골든타임 내에 구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 사건은 골든타임을 넘기기 전이라 시간 내에 찾으려고 더 노력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종자를 찾을 때 ‘내 가족을 찾고 있다’, ‘내가 포기하면 더 이상 찾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특히 구조견과 핸들러는 감정 공유가 잘돼 핸들러가 포기하면 구조견도 포기하기 때문에 생각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여 말했다.
사건·사고의 특성상 발생 시기도 불특정하고 지역 또한 광범위하다. 구조견센터의 적은 인원으로 이 많은 사건을 담당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닐 터. 이에 김기상 소방교는 핸들러 양성도 양성이지만 무엇보다 구조견 양성 과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구조견을 양성하는 데 약 2~3년 정도 소요되는데 그 전부터 미리 준비해야 하는 부분도 많아 양성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현재 중앙119구조본부에 구조견 교육대에서 수요를 잡고 나중에 보급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문제는 수요를 늘려달라고 해도 까다로운 심의 절차 등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김 소방교는 “많은 개체를 교육하자니 예산 낭비 문제도 있고 견들을 막 다룬다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는 어미견 때부터 자질을 테스트하여 통과한 새끼견들을 선정해 2년 동안 수색 전문교육과 평가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재난등급평가 1급이 나온 견만 합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견으로 최종 합격되면 이후 핸들러들이 각 시도에서 방문하여 ‘매칭’이라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때 파트너십을 위한 훈련과 친화교육 등을 약 한 달간 받게 되는데, 보통 구조견들은 3~4세가 되면 모든 교육을 이수하고 구조견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후 평균 9세까지 활동한다고.
현재 경기도는 재작년부터 다양한 분야에 구조견을 투입하기 위해 분야별 양성을 시행하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 냄새를 맡아 구조하는 ‘인명구조견’을 비롯해 화재 발화점을 찾는 ‘화재탐지견’, ‘물에 가라앉은 사람들의 기포 냄새를 맡아 찾는 ’수난탐지견‘, 경찰견들과 함께 사체를 탐지하는 ’사체탐지견‘이 있다.
그렇다면 구조견들은 어떤 종이 많을까? 김 소방교는 가장 많이 활동해온 종은 ‘저먼 셰퍼드’라는 종이었지만 현재는 줄어들고 있으며 ’벨지안 말리노이즈‘ 일명 벨기에 셰퍼드가 산악지형에 특화되고 행동이 빨라 많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레트리버 종인 ‘래브라도 레트리버’, ‘골든 레트리버’, ‘보더콜리’, ‘잉글리시 스프링거 스파니엘’ 등이 있다. 공통적인 특징은 양을 몰던 ‘시프도그(Sheep Dog)’이거나 사냥을 돕던 견이라는 점이다.
현재 119구조견센터에는 래브라도 레트리버 한 마리와 벨지안 말리노이즈 두 마리가 있다.
구조견 선발이 까다로운 만큼 핸들러들의 선발 과정 또한 만만치 않다.
처음에는 화재진압, 구조대원으로 활동하다가 핸들러에 대한 기초교육을 수료한 후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 지원하게 된다. 하지만 경기도의 경우 핸들러가 세 명뿐이라 그 경쟁률은 엄청나다고.
“저도 4년간 구조대에서 활동하다가 핸들러에 대해 알게 됐는데 이후에 여기에 들어오고 싶다고 계속 어필을 했었죠. 그래도 운이 좋아 1년 만에 들어오게 됐는데, 다른 곳에선 5년까지도 기다리신 경우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렇다고 마냥 기다려서는 안 되는 게 나이나 직급, 거주지 등 조건도 있어서 모두 부합해야 들어올 수 있습니다. 핸들러로 발탁되면 이후 전문반에서 핸들러 전문교육을 받게 되죠.”
하지만 김 소방교의 첫 핸들러 시작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모든 교육을 수료 후 들어온 것이 아니라 중간에 전(前) 핸들러가 퇴사하게 돼 갑작스레 그 자리를 맡게 된 탓이다. 덕분에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전진을 만나게 됐다고.
“원래대로라면 ‘매칭’을 통해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과정없이 만나다 보니 ‘전진’이와 친해지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그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 견사에서 같이 잠을 자고 간식도 자주 주며 함께 훈련하는 등 노력을 했죠. 친해지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처음으로 나간 현장 덕분이었습니다.”
김 소방교는 “아무래도 현장에선 단둘이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를 의지하게 됐다”며 “현재는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있고 감정 공유도 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엔 견들과 소통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누구보다 감정 표현을 잘하는 동물임을 실감하게 됐다. 단지 동물일 뿐 본인의 몫을 확실히 해내는 한 명의 수색대원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활동해오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묻자 김 소방교는 야간에 수색작업 하던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구조견들이 수색할 때는 다른 냄새가 섞이거나 시선을 빼앗기면 안 되기 때문에 단둘이 활동하게 됩니다. 특히 야간에는 랜턴도 최대한 자제하며 달빛에 의존해 수색하게 되는데, 이때 청각이 굉장히 예민해집니다. 이럴 때 야생동물이 갑자기 나타난다거나 멧돼지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면 깜짝 놀라거나 긴장을 할 수밖에 없어요. 튀어나온 야생동물 때문에 구조견도 덩달아 흥분하게 되니 정말 어려워지는거죠. 그래도 이 덕분에 담력 하나는 제대로 키우게 됐습니다.”
이와 더불어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도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공사 중 23~38층이 무너져 현장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한 번 붕괴된 곳이라 추가 붕괴위험도 있었고 상황도 참혹해서 신경을 곤두세워 수색하다 보니 애를 많이 먹었었습니다. 점점 고층으로 이동하며 수색을 해야하니 구조견의 안전 위험도 있었고 낙석이 떨어져 부상의 위험도 있어 굉장히 조심스럽게 움직였었죠.”
이어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이틀 뒤 양주 채석장에서도 매몰사고가 발생해 전 인원이 투입된 적이 있었다”며 “채석장 면적만 축구장 16개에 달한 만큼 넓어 수색하는 데 힘들었다. 당시 모든 인원이 퇴근 없이 현장에 있었다”고 김 소방교는 회상했다.
이외에도 구조견센터의 위치적 특성상 경기도 전역으로 출동하는 일도 쉽지 않다고 덧붙여 말했다.
“아무래도 이동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죠. 여기서 화성시까지도 보통 2시간은 걸리니까요. 또 구조견도 같이 움직이다 보니 사이렌도 못 울리고 갑니다. 그냥 경광등만 키고 막힐 때만 살짝 키고는 하는데 모르시는 사람이 보면 ‘일부러 빨리 가려고 켜는구나’라고 오해하시곤 해요. 하지만 긴급 상황인 만큼 이걸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전진·태공·아롱과 함께 도민 안전 책임지겠습니다”
현재 119구조견센터에는 전진 외에도 구조견이 두 마리 더 있다. 바로 ‘태공’과 ‘아롱’이다.
태공은 2017년 2월생 벨지안 말리노이즈로, 지난해 11월 개최된 ‘제11회 소방청장배 전국119구조견 경진대회’에서 전국 시·도 소방본부 소속 인명구조견 28마리 중 종합 2위를 차지한 배테랑 명견이다.
아롱은 래브라도 레트리버로 최근 양주 채석장 매몰사고 현장에서 매몰자들을 조기 식별하여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됐다.
실제로 119구조견센터의 구조견들은 지난 2018년 8회 대회와 2020년 10회 대회에서도 각각 단체 1등, 단체 3등에 입상해 최고의 구조견들임을 입증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실제로 지난달 연천 백학면에서 실종된 어르신을 찾는 등 140여 건의 실종자 수색을 펼쳐 양주 북한산 둘레길, 관악산 등지에서 길을 잃거나, 부상을 당해 실종된 구조대상자를 발견·구조하는 등의 활약을 펼쳐왔다.
최근 이들을 다루는 핸들러들은 경력만 13~14년인 최고의 베테랑들이다. 덕분에 김 소방교는 얻어가는 것도 많고 자부심도 생겨 뿌듯하다고.
“다른 시도의 핸들러들 중 경력이 오래되신 분들도 7~8년 차가 대부분이고 저희 선배님들처럼 경력이 10년이 넘는 분들은 없어요. 그렇다보니 다른 시도의 구조견 동기들이 절 많이 부러워하죠. 선배님들이 기량이 워낙 높으시고 배울 수 있는 정보나 지식이 상대적으로 많거든요. 특히 현장에서 실종자들의 심리를 파악해 수색해야 한다는 내용 등은 교육대에서는 배울 수 없는 정보라 더 귀할 수밖에 없죠.”
사건이 없을 때 평소 구조견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김 소방교는 핸들러와 마찬가지로 쉴 때는 쉬거나 훈련을 받는다고 답했다.
“사람 찾는 일은 견들에게 하나의 놀이거든요. 훈련할 때도 숨어있는 사람을 찾은 뒤 짖으면 숨어있는 사람이 간식을 주거나 공으로 놀아주는 등의 인식을 만들어놓죠. 그래서 현장에서도 ‘사람을 찾으면 간식이 나온다’, ‘재밌는 일이 생긴다’라는 인식으로 임하게 되는거죠. 그렇다보니 현장에 가면 텐션도 높아집니다.”
이어 “평상시 핸들러가 비번일 때는 담당 구조견도 함께 쉰다. 항상 견사에 상주해야 하기 때문에 따로 데려가지는 못하지만 훈련할 때는 장소를 산이나 계곡 등으로 바꿔가며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현장에서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사료도 적정량만 배급하며 체중조절도 하고 있다. 대신 고품질 사료와 간식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방교는 ‘수색대원’으로서 활동을 해오던 구조견들은 은퇴 후에도 많은 관심을 받는다고 말했다. 모든 훈련이 완벽하게 학습돼있는 구조견들은 소방대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큰 인기라고.
“은퇴 후 입양을 가는 절차도 까다롭습니다. 일단 소방본부 홈페이지나 일반 홈페이지에 공고를 올리는데, 소방대원들과 일반인분들까지 많이 신청하셔서 경쟁률도 어마어마하고요. 이후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하게 되는데 주로 뛰어다닐 수 있는 환경과 부양가족의 상시 상주 여부 등 환경을 꼼꼼히 점검합니다. 이후 최종 발탁돼 입양갈 때는 무상으로 분양가게 되죠.”
이어 “핸들러들의 경우 그동안 함께 해온 경험이 있어 우선순위로 배정받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분양받을 수 없다. 핸들러들에게 있어 구조견은 자식과 같은 존재라 여건만 된다면 데려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구조견과 함께 도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김 소방교.
“현장에 가면 구조견 인식표가 달린 조끼를 착용하는데도 주위에서 ‘입마개도 안 한다’, ‘무섭다’는 식의 민원도 넣으시고 막 만지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아직 구조견에 대한 홍보가 덜 돼서 일어나는 문제 같습니다. 앞으로 119구조견들이 ‘사람을 찾고 구하는 일을 하는 아이들이구나’라는 인식이 잡히도록 홍보가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어 “구조견센터는 항상 도민을 위해 열려 있는 곳인 만큼 편안히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119로 신고해주시길 바란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 구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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